인정은 회복의 문을 여는 열쇠다
우울이 내 삶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나는 그것을 인정하기 어려웠다. "나에게는 그런 일이 생길 리 없어." "조금만 참고 견디면 괜찮아질 거야."
이런 생각들로 내 마음의 무거움을 덮어두려 했던 적이 많다. 하지만 그런 시도는 마치 부러진 다리를 그대로 두고 뛰려는 것과 같았다. 부정은 고통을 치유하기는커녕 더 깊은 상처를 남겼다.
인정은 시작이었다.
어느 날 거울 앞에 섰다. 부은 눈, 생기 없는 얼굴, 초점 없는 눈동자가 나를 비추고 있었다. "나는 지금 우울해." 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었을 때, 처음으로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는 걸 느꼈다. 인정하지 않고는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었다.
인정은 나를 탓하는 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에게서 벗어나기 위한 첫걸음이었다. "괜찮아. 네가 이렇게 느끼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야." 이렇게 스스로에게 말하는 연습을 했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익숙해졌다.
우울을 인정하는 순간, 나는 그것이 나의 일부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우울하다"는 것이 내가 약하다는 증거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오히려 그것은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지를 보여주는 흔적이었다.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지금 이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껴도 괜찮을까?"
그리고 대답했다.
"그래, 괜찮아."
그날 이후로, 나는 감정을 억누르기보다는 그것을 마주하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울고 싶으면 울었고, 쉬고 싶으면 쉬었다. 그리고 우울 속에서도 나를 위로할 작은 방법들을 찾았다. 그것이 처음부터 완벽할 필요는 없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시도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인정은 회복의 문을 여는 열쇠다. 그 문을 열었을 때, 나는 비로소 나 자신과 화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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